[도시공간] 보행일상권 시대, 생활권 단위 공간정책으로의 전환 2026.01

2026. 1. 28. 17:09아티클 | Article/Issue3. 도시 계획 이슈

도시생활권

 

 

 

시간 도시계획(Chrono Urbanism)의 등장

보통 생활권이란 나를 중심으로 일상적인 생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적 범위를 의미한다. 생활권에 시간 거리 개념을 도입한 것이 소위 ‘N분 생활권이라 하며, 일반적으로 도보 기준으로 15~20분 일상 생활권을 말한다.

‘N분 생활권개념은 특이하게도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 기간에 사람들은 많은 인구가 밀집해 살고 있는 대도시에서 바이러스의 확산이 얼마나 무섭고 심각한지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가급적 집에 머물면서 외출하더라도 사람들과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보권 상점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하거나 가까운 공원 등을 주로 이용하는 새로운 생활 패턴이 나타나게 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직주근접, 보행중심의 일상생활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또한 디지털 대전환으로 인해 업무공간의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지고 주거가 일상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부상하는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N분 생활권 조성의 당위성을 높여주고 있다.

N분 생활권에 대한 도시계획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생활권을 행정경계 기준으로 접근하지 않고 도보 등 이용거리를 기준으로 근린 생활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시간 도시계획’이 등장 했으며, 이미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정책적으로 발현되고 있다.

 

‘N분 생활권구현을 위한 도시정책의 전환

‘N분 생활권은 근거리 서비스에 기반한 도시로 도보와 자전거를 이용해 15~2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곳에서 주거, 업무, 쇼핑, 의료건강, 교육, 여가 휴식 등 기본적인 생활기능을 누릴 수 있도록 동네단위의 생활 인프라 조성과 공동체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도시정책이 공간과 시간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이동의 최소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파리 15분 도시 개념도 (ⓒ파리시청)

 

대표적인 예가 파리시장 안 이달고(Anne Hidalgo)2020년 발표한 소위 ‘15분 도시(La ville de quart d’heure)’ 정책이며, 미국 포틀랜드, 디트로이트, 호주 멜버른,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도 비슷한 개념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파리는 2020년 대표적인 상징가로인 뤼 드 리볼리(Rue de Rivoli)’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는 등 보행 및 자전거 도로 시설 확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거주지 동네에 있는 학교 등 공공건물을 오후나 주말에 개방하고 주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15분 도시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시가 2040 도시기본계획에서 보행 일상권이라 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해, ‘서울형 N분 도시실현을 위한 공간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부산광역시는 ‘15분 도시부산이라는 명칭으로, 제주특별자치도는 ‘15분 제주라는 명칭으로, 15분 도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N분 생활권 계획 수립 동향과 과제

국토교통부가 20231월 현행 도시기본계획이 도시의 미래 발전상을 수립하는 거시적 계획으로 지역 생활상 반영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N분 생활권 조성을 위한 생활권 도시계획의 제도화 방안을 도시계획 혁신 방안에 담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024년 8월 국토계획법에 생활권 계획 수립관련 특례조항을 신설해 법정계획으로서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에 따라 생활권 단위의 도시 관리가 필요한 지방자치단체는 도시기본계획을 세울 때 시간 개념을 도입하고 권역 내 개발 방향, 생활 인프라 구축 계획, 밀도·높이 관리 방안 등 생활권 중심의 공간 계획을 수립토록 하였다.

서울시 보행일상권 개념도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서울시는 이미 2015년에 미래 시민 생활의 변화 등으로 생활권 단위계획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기존 도시기본계획을 구체화하는 별도의 상세한 생활권 계획을 수립한 바 있는 데, 생활권의 미래상, 목표와 전략, 발전구상, 공간관리지침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공간적으로는 도심권, 동북권, 서북권, 서남권, 동남권 등 5개 권역생활권계획(대 생활권)과 더불어 3~5개 행정동을 1개의 지역생활권으로 하는 서울 전역 116개의 지역생활권에 대한 도시 계획을 수립하였다. 서울시는 보행 일상권개념도입에 따라 이와 연계하여 기존 생활권 계획의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라는 개인의 생활 반경 안에서 일자리·여가문화·상업 등 다양한 기능을 도보 30분 내 누릴 수 있는 자족적인 서울형 근린생활권 조성을 목표로 보행 일상권을 서울 전역에 조성함으로써, 시민들이 더 이상 멀리 이동하지 않고 다양한 도시 기능과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파리 15분 도시의 창시자인 프랑스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교수가 제시한 주거, 업무, 상업, 의료, 교육,여가 등 6대 필수기능과 근접성(Proximity), 밀도(Density), 다양성(Diversity), 디지털화(Digitalization) 등의 계획 원칙은 향후 N분 생활권 계획 수립과 프로젝트 시행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간 도시계획 관점에서 N분 생활권 계획 수립을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과제를 살펴보면, 첫째, 근접성, 밀도와 관련이 있는 N분 생활권 계획 수립대상과 범역 설정 문제다.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곳에서는 15분 도시 개념이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에 중소 도시에는 적용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한 생활권 범역 설정에 있어서도 일반적으로 15분 도시 기준으로 보면 보행으로 1km, 자전거로 3km 정도의 범역으로 보고 있는데, 서울시의 경우 116개 지역생활권은 3~5개 행정동을 기반으로 획정되어 있어 보행 일상권 개념을 적용하려면 더 작은 단위의 범역 설정이 필요하다. 범역 경계설정과 관련해서도 기존 생활권과 같이 행정동 경계로 범역을 설정할지, 경계구분 없이 개념적 범위 설정할지, 아니면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서 실질적인 범역을 설정할지 등 경계 설정 방법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둘째, N분 생활권의 필수시설의 진단과 부족 시설의 판단이다.

자족성 확보 차원에서 파리 15분 도시와 같이 주거, 업무, 상업, 의료, 교육, 여가 등 필수기능에 대한 분석 및 평가는 중요한 계획 요소로서 검토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생활권 계획에서 지역 생활권별로 생활SOC 시설에 대한 수급 판단 지표가 포함되어 있지만, 보행 일상권의 기능을 고려할 때 최근 발표한 일자리, 교통, 생활 편의, 공공의료, 여가, 돌봄 학습 등 6개 항목의 매력 공간 지수를 생활권 평가 지표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N분 생활권의 자족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시설을 어떻게 확보 할 것인가이다. 공간계획 측면에서 정비사업 등 시행 시 기부채납시설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우선 보행과 자전거 중심의 탄소 저감형 친환경 교통체계 구축과 한정된 시설 공급에 대한 대안으로 파리시와 같이 기존 도시인프라(학교, 공공청사 등)를 공간 수요에 따라 가변적으로 활용하는 택티컬 어버니즘(tactical urbanism) 기법을 적용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 수가 줄어 빈 교실이 늘어나는 학교시설(폐교 포함)을 활용하여 보육, 청소년, 노년층 등 세대 융합형 복지시설로 활용하거나 낮과 밤, 주중과 주말 등 시설별로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또한 원격진료, 실시간 도시 플랫폼 구축 등 급변하는 디지털화에 대응하는 보행권 내 스마트 서비스에 대한 접근 확대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앞으로 집에서 도보 또는 자전거, PM 등을 이용하여 업무, 쇼핑, 문화, 여가 휴식 등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N분 생활권이 머지 않아 지속 가능한 도시의 뉴 노멀이 될 것인바, 국가뿐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 보행 생활권 단위의 공간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호순 /  hosoony61@naver.com

()미래E&D 부대표, 서울정동사회적협동조합 이사

한국도시계획가협회 도시생활권위원회 위원장

한국도시계획가협회 상임이사

1986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도시계획 전공)을 졸업하고 서울시 시정연구단에서 전임연구위원을 역임하였다.

민간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30여 년간 공공정책 계획과 민간의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