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8. 18:06ㆍ아티클 | Article/Issue2. 국내 도시 이슈
서울이 진정한 글로벌 선도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눈부신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발맞춘 하드웨어의 질적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소프트웨어가 도시의 활력을 만든다면, 하드웨어는 그 활력을 안정적으로 담아내는 그릇이다. 이제는 그 그릇의 크기와 깊이를 본질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매년 발간하는 ‘2025 세계 도시경쟁력 지수(GPCI)’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은 종합 6위를 기록하며, 5위인 싱가포르를 불과 5점 차로 바짝 추격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GPCI의 종합 평가는 경제, 연구·개발(R&D), 문화·교류, 거주, 환경, 교통·접근성이라는 6개 분야를 통해 다각도로 이루어진다. 서울의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연구·개발 5위, 환경 11위, 교통·접근성 11위, 문화·교류 12위, 경제 16위를 기록한 반면, 거주 분야는 25위에 머물러 있다. 비록 이 지수가 도시의 모든 면을 설명할 수는 없겠으나, 데이터가 보여주는 결과는 우리 서울의 도시계획 분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도쿄가 뉴욕을 제치고 9년 만에 종합 2위 를 탈환했다는 사실이며, 둘째는 서울이 종합 6위라는 역대급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된 동력이 R&D, K-컬처, 교통 시스템 등 도시의 ‘소프트웨어’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서울의 국제적 위상이 소프트웨어적 역량을 통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성취를 온전히 담아낼 도시의 물리적 기반인 ‘하드웨어’에 대한 고민이 시급함을 말해준다. 결국 서울이 진정한 글로벌 선도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눈부신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발맞춘 하드웨어의 질적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6위의 영광 뒤에 가려진 '살기 힘든 도시'의 민낯
올해 서울은 지표별 순위에서 종합 6위라는 괄목할 성적을 거두었으나, 거주(Livability) 분야는 여전히 25위에 머물러 있다. 202년 35위라는 최하위권 성적에서 10단계 상승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제는 더욱 명확해진다. 순위 상승을 견인한 요인은 교통 혁신 정책과 리테일 및 다이닝 분야의 다양성 같은 ‘소프트웨어’적 요소들이었다. 반면 주거 환경과 임대료, 도로 혼잡도 등 도시의 기본 하드웨어를 결정짓는 지표들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는 거주 편의성이 대폭 상승하며 종합 순위를 끌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물리적 환경(도시의 하드웨어)은 여전히 낮은 점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우리는 “도시의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의 눈부신 성장을 감당할 만큼 함께 진화하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세계적 수준으로 뻗어 나가는 R&D 산업 생태계와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K-컬처는 그 위상에 걸맞은 물리적 공간 없이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양질의 공공 공간, 다채로운 주거옵션, 그리고 매력적인 업무환경을 넘어서는 국제적 비즈니스 디스트릭트까지, 이제 서울의 하드웨어는 우리가 창출하는 소프트웨어의 역량만큼 성장해야 한다. 도시의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근본은 결국 정교하고 미래지향적인‘도시 계획’에 있다. 소프트웨어가 도시의 활력을 만든다면, 하드웨어는 그 활력을 안정적으로 담아내는 그릇이다. 이제는 그 그릇의 크기와 깊이를 본질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

도쿄의 역전승, 그 핵심은 거주분야 1위
반면 9년 만에 종합 2위를 탈환한 도쿄의 행보는 서울에 더 큰 시사점을 준다. 도쿄는 올해 경제(12위), R&D(3위), 문화·교류(2위) 등 전 분야에서 고른 성적을 냈으나, 가장 결정적인 승부처는 거주 분야 1위 탈환이었다. 상대적인 주거비 부담 완화와 야간활동의 안전성, 높은 수준의 도시 서비스는 도쿄가 뉴욕을 앞지를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 되었다. 모리빌딩의 수장 스치 신고 사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일본이 미국을 이길 수는 없어도 도쿄가 뉴욕을 이길 수는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리고 2025년 현재, 도쿄는 ‘깨끗하지만 지루한 도시’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성장을 완벽히 동반시키며 그 목표를 달성한듯 하다. 도쿄의 약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나이트라이프 충실도 1위’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적 활력과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도시 인프라라는 하드웨어가 맞물린 결과다. 이는 소프트웨어적 역량에 비해 거주 환경이라는 하드웨어에서 고전 중인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는 도쿄의 경쟁력 상승 요인을 정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도시의 매력은 사람을 유혹하는 소프트웨어에서 시작되지만, 그 매력을 지속시키고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힘은 결국 탄탄한 하드웨어에서 나온다. 서울이 진정한 글로벌 선도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삶의 질을 결정 짓는 물리적 기반에 대한 복합적이고 정교한 투자와 계획이 마련 되어야 한다.
물리적 기능을 넘어선 도시계획, 미래 세대를 위한 하드웨어의 진화의 방향
지금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개발 이슈들은 우리 도시계획이 처한 거대한 벽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운 4구역은 역사 보존과 고밀 개발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며 단순한 정책 결정을 넘어 정치적 대립으로 흐르고 있다. 이러한 대립을 극복하고 역사를 보존하면서도 글로벌 디스트릭트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콘텐츠와 기업, 인재를 유치하는 치밀한 전략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치적 대립을 뒤로하고 역사적 자원을 관광 자원화하는 전략은 물론, 녹지축의 연결을 넘어 우수한 인재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금융, 개발, 보전 등 다양한 분야가 머리를 맞대어야 하는 시점이다. 수십 년간 개발이 보류된 용산 역시 토지 매각이나 주택 공급 총량과 같은 단편적인 논란에 휩싸여 이 땅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국제업무지구라면 단순한 개발과 공급의 프레임을 벗어나, 아시아의 중심 업무 허브로서 어떠한 국가적 전략을 가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곳에 들어설 업무 시설들이 여의도나 도심에서 이동해오는 ‘제로섬 게임’에 그치지 않고, 용산이라는 부지를 국제적 무대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건설을 넘어 공공의 국가적 차원의 전략과 구상이 필수적이다. 이는 초기부터 개발구조, 방식, 금융, 세제, 새로운 제도, 지원, 책임있는 개발, 콘텐츠 이 모두가 어우러진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도시계획적 틀이 요구된다.
한강 역시 마찬가지다. 도심을 관통하는 1km 폭의 거대한 수변 공간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서울만의 독보적 하드웨어다. 이제 한강은 단순한 경관을 넘어 서울의 경쟁력을 완성하는 ‘미래형 액티브 인프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노들섬이나 한강버스 등 개별 현안에 매몰되기보다 한강이라는 자산이 시민의 삶에 어떤 윤택함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거시적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미 한강은 수천만 시민의 건강을 지탱하는 허파이자, 외국인 관광객 만족도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글로벌 명소로 자리 잡았다. ‘보는 강’에서 ‘직접 체험하는 공간’으로 가치가 증명된 만큼, 이제는 이 물리적 자산 위에 문화와 활동의 레이어를 정교 하게 덧입혀야 한다. 또한 한강이 서울의 불변하는 최고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 접근성’의 혁명이 필수적이다. 즉, 강 곁에 살지 않아도 내 집 앞처럼 누릴 수 있는 연결성을 확보하고, 그 과정에 시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도구로서 AI 기술 등을 접목한다면 한강은 시민의 삶을 혁신하는 최고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다.
결국 서울의 미래는 주요 거점 지역에 대한 정교한 계획과 타 분야간 융합된 전략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이제 도시계획은 물리적인 기능 구분의 역할을 넘어 소프트웨어, 오그웨어(Org-ware, 운영), 금융 지원, 세제 혜택 등 초분야적 협업을 통한 종합 체계로 정립되어야 한다.
이 세가지 지역만 보더라 역사적 맥락을 품고(세운), 국가적 전략을담으며(용산), 시민의 일상을 기술과 연결하는(한강)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다. 하드웨어가 정교하게 진화할 때, 비로소 서울의 강력한 소프트웨어는 그 위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서울의 미래는 주요 거점 지역에 대한 정교한 계획과 타 분야간 융합된 전략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이제 도시계획은 물리적인 기능 구분의 역할을 넘어 소프트웨어, 오그웨어(Org-ware, 운영), 금융 지원, 세제 혜택 등 초분야적 협업을 통한 종합 체계로 정립되어야 한다. 모든 것의 기본은 도시계획에서 시작된다. 이미 서울의 소프트웨어는 세계 최고 수준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는 그 성과를 책임지고 지탱할 하드웨어의 근간, 즉 도시계획의 새로운 방향과 미래에 대해 절실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도시계획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물리적 환경의 구획 및 조율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소프트웨어가 숨 쉴 수 있는 기틀을 만드는 작업이며, 지속 가능한 유지관리 및 활성화를 담보하는 체계를 함께 제안하며 이를 이끌어내는 지침이 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계획의 미래는 명확하다. 단순히 건물을 높이 올리고 도로를 닦는 하드웨어적 접근을 넘어, 그 안에 담길 사람들의 삶과 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생태계를 설계하는 일이다. 서울이 가진 폭발적인 소프트웨어적 역량이 견고한 도시계획이라는 그릇을 만날 때, 비로소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도 넘볼 수 없는 진정한 글로벌 메가시티로 완성될 것이다.

김정빈 / bin.kim@bettercitylab.com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한국도시계획가 협회 서울지회 부회장
OMA, Foster & Partners 등 해외 도시건축사무소에서 도시 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10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도시 공간 기획을 연구하고 있다.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운영 총감독을 역임(7년)하며 공간 조성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이끌었다.
현재 서울시립대 Better City Lab을 통해 플레이스메이킹 전략과 공간 활성화 연구와 실행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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